Choi Gunsoo
최건수
TEXT 展
2013. 5.8-.31
사진 평론과 작업을 삼십년간 진행해 오신 최건수(1953년)선생님께서 회갑을 맞이하여, 그 동안 찍은 사진들 중 두 개의 테마를 추려내어 출판 기념회와 함께 회갑 기념전에 가름 합니다. 개인전으로는 1991년「Reconstruction」이후 22년 만에 개최됨에 따라 그 의의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진을 대상으로 글쓰기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그의 생각이 작업 속에 얼마나 녹아 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선 보일 작업의 테마는 「The Moon」 과 「White」가 되겠습니다. 현상에 대한 재현 이미지를 벗어나 어떻게 현상을 텍스트로 잡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다시 쓰고 있는지 생각해 볼 자리인 것 같습니다. 」
전시 내용 1 : The moon
동양 철학에서 말하는 공(空), 무(無), 허(虛) 같은 관념성을 어떤 대상을 통해서 드러낼 수 있는가? 그것이 눈에 보이는 ‘이미지’로 찍혀 졌을 때, 휘발성 강한 액체처럼 모두 사라져 버릴 것이 분명해 보인 것이다. 선(禪)의 불립문자(不立文字)처럼 말하지 않고 쓰지 않는 세계만이 진정한 공, 무, 허의 세계라면, 눈에 보이는 것을 통해서는 아무 것도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내가 소재로서 ‘달’을 선택한 것은 그런 연유였다. 달은 동양철학에서 음(陰)의 세계를 대표하는 상징이다. 음은 보이지 않지만 생명의 씨앗을 품고 있다. 밤하늘은 음(어둠) 속에서 음을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음(달)이 충만한 세계가 펼쳐지는 현장이다.
달은 달로서의 보편적 의미에 한 켜가 덧쌓여 한 사진가의 물감으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밤하늘에 카메라가 달을 물감 삼아 그리는 아름다운 음의 세계, 그것이 내가 하고 싶었던 궁극적 작업의 목표였다. 물론 그 결과는 생각만큼 정치(精緻) 하지 않았다. 아니 그랬다면 재미없는 유희로 끝나고 말았을지도 모르다. 기대와 다른 비균제성(非均齊性)이 매혹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비균제성이 더 마음에 들었다. 결국 그림의 절반은 내가 그리고 절반은 달에게 맡겨야 했다.
전시 내용 2 : White
세 가지 대상들, 안개, 구름, 눈과 적외선 사진의 공통점은 모두 화이트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고, 모두가 모호함을 주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나에게는 하나의 의미 있는 결과로 느껴진다. 첫째는 사진에서 어둡고 무거운 회색의 중간 계조를 뒤로 미루어 두고 하얀 톤에 대한 가능성을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천착 했구나 하는 점이고, 두 번째는 즐겨 찍는 이미지는 주로 보는 자의 상상력을 추동 시키는 모호한 것이다.
사진에서 하얀 색은 검은 색과 대칭적으로 사진의 양 끝단에 위치한다. 하얀 색은 스스로 하나의 대상이기 보다. 대상에 종속적인 자리로 내려간다. 따라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색이다. 모든 것을 발산하며 양보하는 색이다. 그 순수한 아름다움은 마땅히 주목 받아야 마땅하다. 이제까지 항상 논의의 중심에 있는 오방색은 귀족적 화려함이 돋보인다. 그보다는 우리 같은 서민들을 드러내는 색은 오방색보다는 ‘흰색’이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한국인의 공통된 DNA가 아닌가 싶다. 어쩌면 우리의 정신세계에 가장 어울리는 색이기에 우리 같은 무지렁이들이 백민(白民)이라는 아름다운 이름 하나를 얻는 것이 아니냐.
그러고 보니, 나는 소위 쨍한 사진을 그리 내켜하지 않은 것 같다. 그것들이 주는 명료하고 빈틈없는 기계적 이미지들이 숨을 막히게 하고 여운이 없기 때문이다. 조금은 어수룩하고 상상할 빈틈이 있어야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것이다. 식상한 말이기는 하지만, 이것을 여백의 미 혹은 단순함이 주는 아름다움이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다. 다른 말로 표현 하자면 ‘질박하고 순진한 맛’ 쯤 될까?
글의 출처 : 작품집「TEXT」중 저자의 서문에서
최 건수의 약력
1953년 생
개인전 및 단체전
87~89년 : 영상과 모색전 (예총 화랑)
1991년 : 제 1회 개인전「Reconstruction」(타래 미술관)
2009년 : 자연과 사물전 (물파 스페이스)
2009년 : 제 1회 앱스그랩 창립전 (물파 스페이스)
2009년 : 필묵과 사진의 만남 (안종중과 2인전, 물파 스페이스)
2009년 : 제 9회 한국 현대 미술제 (한가람 미술관)
2009년 : 2009 SIPA, (박영덕 화랑)
2013년 : 제 2회 개인전「TEXT」(칼리파 갤러리)
전시 기획
1994년 : 빛으로 받은 유산전(샘터 화랑)
1995년 : 우리시대의 사진가들(갤러리 아트빔)
2003년 : 사진으로 보는 에로티시즘(인사 아트센터)
2007년 : 5028, 사람 그리고 景(갤러리 이룸)
2008년 : 한국사진의 프론티어(갤러리 나우)
2009년 : 자연과 사물전(물파 스페이스)
2012년 : 제 1 회 대한민국 사진 페스티벌(SETEC)
평론
1994 ~ 1995년 : 월간 Photography
2001 ~ 2006년 : 월간 미술시대
2007 ~ 2008년 : 월간 사진예술
강의
2001 ~ 2004 : 상명대 (사진과 글쓰기, 영상론)
2004 ~ 2005 : 중앙대 (한국 사진사)
2005 ~ 2006 : 신구대 (디지털 사진 미학)
2007 ~ 2012 : 서원대 (사진과 회화)
2010 ~ 2013 : 상명대 포토 아카데미(사진과 글)
2011 ~ 2013 : 상명대학교 예술디자인 대학원(커뮤니케이션 효과론)
수상
1984년 국무총리상 수상
1989년 동아미술상 수상 (동아일보사)
출판
1995년 : 우리시대의 사진가들(월간 사진출판사)
1999년 : 사진 그리고 삶(시공사)
2004년 : 사진 속으로의 여행(시공사)
2008년 : 한국사진의 프런티어(눈빛 출판사)
2009년 : 사진 읽는 CEO (21세기 북스)
2010년 : 제주 올레, 행복한 비움 여행 (21세기 북스)
2011년 : 사진을 바꾼 사진들(시공사)
2013년 : TEXT (다빈치)
현 : The Sovereign Art Foundation Korea Nominator
한국 사진연구소 대표 / 평론가
상명대학교 예술디자인 대학원 강사
상명대학교 사진 아카데미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