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Zain

김자인

NUMINOSE 展

2016. 6.10-6.30

○ 관람 안내

전 시 작 가: 김자인 Kim Zain Numinose 展

전 시 일 정: 2016. 6. 10(금) – 6. 30(목)

전 시 장 소: 칼리파 갤러리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118-17 네이처포엠빌딩 201호)

개 관 시 간: 화요일-토요일: 11am-6pm, 일요일 12:30pm-6pm

문       의: 손경란 (02-516-9643, 010-4716-9643 / E-mail. arte7@naver.com)/

www.khalifagallery.com

전시소개

감정이 모두 증발해 버린듯한 딱딱한 철골구조속의 획일적인 100개의 새장들 그 새장 속에 무기력하게 매달린 200개의 구두들 멈춰 버린듯한 시간과 공간속에서 새장안의 구두들의 고독한 독백이 들려온다. 공간에 띄워진 표현기법과 반복적인 설치기법은 그로테스크함을 더욱 과중 시키지만 반면 그 안에 존재하는 구두들의 아름다움은 극적으로 보여 진다.

칼리파 갤러리는 구스타프 칼 융의 분석심리학 ‘자기실현’에서 영감을 받은 신작으로 부유한 새장에 남성과 여성의 구두조각 100켤레를 6M 철골구조물에 설치한 김자인 작가의 개인전을 오는 2016년 6월10일-30일까지 선보인다.

전시의 제목은 ‘누미노제Numinose’이다. 누미노제라는 단어는 신학용어로 분류되지만 작가는 종교적 영역을 배제하고 그 의미를 인간에 투영하여 ‘성스러운 존재’, ‘인간의 깊숙한 심층’, ‘자기 자신’의 의미로 이 단어를 사용하였다. 여기서 ‘자기’는 인식상태와 무의식의 개념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100켤레의 도자조각과 그것을 한데 묶은 6미터의 대형 설치 작품 그리고 회화 두 점은 모두 의식과 무의식이 혼재된 인간과 집단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정체성에 대한 탐구

<고해성사>, 2010, 설치작품

 

작업 초기부터 김자인 작가는 하이힐 이미지를 사용했는데 이는 인간을 대변하는 형상이다. 사회 속에서 겪게 되는 성차의 문제를 필두로 ‘여성성’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켜 새빨간 페라리도료를 입힌 테라코타 하이힐을 만들고, 설치한 후 그것을 깨는 퍼포먼스로 작업하였다. 또한 활달한 여성상을 지향하였으나 유년시절부터 교육받은 유교가 짙게 배인 전통 예절규범과 격식은 작가에게 자아정체성의 혼란을 야기하였고 전통과 현대의 가치 충돌로 받은 상처들을 상감기법의 과정 자체에 녹여내며 상감청자하이힐로 풀어나가기도 했다.

여성으로서 ‘나’ 에 대한 고민에서 나아가 어머니를 일찍 여읜 가정의 맏딸로서의 모습 그리고 전통적인 가업을 이어받는 전수자의 정체성 등 집단과 공동체적 상황에 알맞은 기대역할을 수행하고 다가올 인생에 있어 새로이 기대되는 한 가정의 아내, 며느리 그리고 어머니로서 역할들을 해내어야 한다는 두려움은 공동체의 존재와 결부된 인간의 정체성을 찾는 것으로 관심을 이동시켰다. 다양한 상황과 역할 속 거울에 비쳐지는 수많은 모습들 서로 상충되고 위배되는 모습, 부정할 수밖에 없는 나의 면모들 중 진정한 자기의 모습은 무엇일까에 대한 탐구가 시작된 것이다.

 

■ <칼 구스타프 융>과 <장 뤽 낭시>으로부터의 영감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은 의식 속의 페르소나뿐만 아니라 무의식에 존재하는 그림자, 아니마, 아니무스의 모습들을 발견하고 탐구한다. 그러한 무의식의 영역에는 개인 무의식 뿐만 아니라 집단에서부터 체득되어 전해진 ‘집단 무의식’의 영역도 존재한다는 연구를 하였다. 자기와 타자 그리고 공동체도 포함하여 ‘함께 존재한다.’는 장 뤽 낭시(Jean Luc Nancy, 1940~)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작가는 때때로의 상황 속에 나타나는 자신의 모순적 모습은 우연이 아닌 의식과 무의식속에 자리 잡은 집단과 개인에의 경험에 실마리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자신의 모습, 그것을 부정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가치를 인정할 때에야 비로소 여러 층위의 자기를 조화시키며 단단한 자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작가는 칼 구스타프 융과 장 뤽 낭시에게 받은 이러한 영감을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했고, 융과 낭시의 오마주로 학자들의 각각의 개념을 작업에 부제로 차용하게 된다.

 

새장 속에 갇힌 100개의 자기 자신

[yourself (단수이자복수로서의 존재)] ->[ourselves (100개의 나에 영안실)]로의 의미 확장

회화의 작품이 조화된 자기자신을 의미한다면 새장 속 도자조각 구두들은 의식과 무의식의 흔적에 보다 초점을 둔다.

‘yourself’라는 단어가 새겨진 새장 안의 구두는 올바른 제짝이 아니어 보인다. 남성구두와 여성구두의 조합으로 이뤄진 한 켤레, 킬힐과 메리제인의 조합으로 이뤄진 여성구두의 한켤레, 검은빛과 금빛 구두들로 구성된 남성구두 한켤레, 심지어 하나의 새장에 3짝의 구두가 매달린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렇게 100개의 새장 안에는 모두 다른 203개의 구두들이 설치되어있다.

“이것은 자기의 무의식적 면모의 파편들 일수도 있고, 각기 다른 가면인 페르소나일수도 있으며, 또 공동체 속에서 나와 관계하여 나를 존재하게 하는 타자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100켤레의 구두는 100개의 부유한 새장 안에 안착되고 이것은 거대한 6m의 구조물로 묶인다. 커다란 구조물로 묶여 하나의 작품이 되는 [ourselves (100개의 나의 영안실)]가 단순한 설치방법이 아닌 작품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유는 작가와 관객의 소통에 있다. 관람객들은 안온하게 좌대 위에 놓인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설치물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도자조각들에 에워싸인 채 작품의 하나하나의 다름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느끼게 된다.

[yourself (단수이자 복수로서의 존재)]의 작업 과정에서 ‘불’이라는 자연력을 빌리는 것은 작품의 중요한 부분이다. 결국 인간도 자연의 개체 중 하나이고, 인간의 심층 그 알 수 없는 신성한 무의식의 영역, 그것이 발로되는 자기의 모습을 표현하는데 알맞은 인위적 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작가는 “자연력을 빌려야 한다는 판단을 했고 적합한 물성의 재료를 찾던 중 1300도의 고온에서 표면의 색과 질감이 다채롭게 변성되는 ‘흑자’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특히나 존재의 가치를 물성의 아름다움으로 대치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에 맞게 200개의 구두는 흑자장인 김시영과의 협업을 통하여 흑자의 미적 특성을 완벽에 가깝게 끌어내며, 작가의 이야기를 심화시켰다.

 

흑자장인 김시영과의 협업

구두의 재료로 사용된 흑자는 1300도 고온의 장시간 소성 속에 민감하게 조절되는 불의 분위기로써 흙속에 숨어있던 다양한 광물질들이 발현되는 도자이다. 흙속에 함유된 광물질의 종류와 함량 그리고 가마 속 위치와 불의 조절에 의해 탄생되는 컬러와 무늬, 질감의 변화가 다양한 아름다움을 창출하고, 이러한 특성이 200개의 구두가 모두 다른 이미지를 갖도록 하는데 가장 적합한 재료라고 작가는 생각했다.

특히 협업을 한 장인 김시영은 고려시대 맥이 끊긴 한국의 고려흑자를 30년 외길인생으로 재현하고,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우리나라 흑자의 최고봉이다. 관람객들은 쓰임이 배제 되어 흑자의 미적 면모 자체가 두드러지는 흑자구두작품을 감상하며, 전통도자의 영역 확장의 신선함과 함께 흑자의 희소하고 완벽한 아름다움에 또 한 번 매료된다. 흙과 불이라는 완벽히 알 수 없는 자연력이 장인의 손길을 만나 일정부분 조절되어 하나의 확고한 흑자조각구두로 탄생되어지는 것은 개인적 집단적 경험들이 무의식 속에 혼재하다가 발현되는 것과 흡사하다고 작가는 이야기 한다. 각각으로 따로 또 같이 구성되어진 구두는 존재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져, 구두가 의미하는 것에 대해 숙고해 보게 된다.

 

예술이란 다름을 인정 할 수 있게 하는 도구라고 생각하며 작업해 오고 있는 작가의 큰 흐름 속의 이번 신작 ‘ourselves (부제-100개의 나에 영안실)’은 기괴함을 풍기는 설치 속에서 상온을 초월한 1300도라는 고온을 견뎌내며 탄생한 흑자구두들 하나하나의 그 독보적 아름다움과 영속적 물성의 단단함으로, 가변적이고 불안한 현실 속 우리의 존재의 가치를 일깨워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김자인 KIM ZAIN

1986 서울 출생

2005 이화여자대학교 미술학부 서양화과 입

2012 이화여자대학교 미술학부 조소과 졸

전시

  1. 6.10-6.30 NUMINOSE, Khalifa gallery/ Seoul

2016.3 ASIA CONTEMPORARY ART SHOW / 홍콩 콘라드호텔

2015.9 ASIA CONTEMPORARY ART SHOW / 홍콩 콘라드호텔

2015.9 아트에디션 / 홍익대 홍문관 현대미술관

2015.9.4.-9.8 MAISON & OBJET 작품선정 및 전시 / Paris Nord-Villepinte

2015.7.7.-7.19 2015 ASYAAF (Asianstudents and young artists art festival) / 문화역서울 284

2015.3 ASIA CONTEMPORARY ART SHOW / 홍콩 콘라드호텔

2014.2.28-3.2 AHAF HONG KONG 2014 (ASIA HOTEL ART FAIR) / HONGKONG MARCO POLO

2014.2.19-3.9 AHAF Special Exhibitions/ HONGKONG HARBOURCITY

2014.2.5-2.17 흑유명가가평요전-검은달항아리와 그이후 (가족전시회)/서울 롯데갤러리 본점

2013.12 2013 아트에디션/ 서울 학여울 세텍

2013.4.11-6.9 France paris 공모전선정전 / France paris bastille l’ateller

(작가와의 대화 4.17-18)

2013.3.27-4.26 페라리레드의 죽음 _ 김자인 개인전 / gallery redbox개관전

2012.11 jw중외 young artist award 수상작전 / 공평갤러리

2012.11 Multiplay > 전 / 성북구립미술관 별관

2012.12 울긋불긋 전 / 모란미술관

2011 Pointteed project / 비쥬얼아트센터 보다

2011-2012 2011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특별전 ‘ceramix life展 / 한국도자재단

2011 제6회 현대여성미술대전 수상작전 /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

2010 이화여자대학교 졸업작품전 / 이화여자대학교

2007 티월드페스티벌 다구공모전 수상작전 / 코엑스

수상

2015.6 2015. 9 MAISON & OBJET 한국대표 선정 / Ateliers d’Art de France

2012.11 제2회 jw중외 young artist award 우수상 선정 / jw중외그룹

2012.6 2013 France paris bastille l’ateller 전시공모 선정/한국 공예문화디자인진흥원

2011-2012 2011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특별전 ceramixlife展 최연소초대작가 선정/한국도자재단

2011 제 6회 현대미술대전 입선 / 서울시립미술관

2011 ART&COLLECTOR-2010Graduate Exhibition’s Propose 22 선정 / ART&COLLECTOR

2007 2007티월드페스티벌 다구공모전 장려, 입선 수상 / 코엑스

PRESS

2015.07.05. / KBS2TV / 영상앨범 산

2014.09 / artnow by Noblesse ISSUE 7 / ART IN LIFE

2014.02.14 / MBC 이브닝뉴스 / 이브닝 공연 ‘흑유명가 가평요전-검은달항아리와 그이후”

2014.02.15 / YTN / 물, 돌, 바람의 건축가 & 흑유명가 가평요전

2014.02.11 / KTV / 검은 달 항아리와 그 이후

2014.02.11 / 동아일보 / 김시영 작가와 두 딸이 빚은 ‘흑자도예’ 70여점

2014.01.29 / 서울신문 / 날마다 불의 심판 받는 黑磁색을 태우고 우주의 신비 품다

2014.02.03 / 연합뉴스 / “검은 대지의 피어난 꽃”…흑유명가 가평요展

2014.02.04 / 국민일보 / “우리는 한국 흑유도기 전통 잇는 도예가족”

2014.02.04 / 매일경제 / 검은 도자기의 마력

2014.02.04 / 연합뉴스 / 흑자도예가 김시영과 두 딸

2014.02.05 / 뉴시스 / 검정도자기, 김시영 흑유명가 가평요_검은 달항아리와 그 이후

2014.02.05 / CNB뉴스 / 흑자 도예가 부녀3인방의 화려한 서울 나들이

2014.02.05 / 아시아투데이 / ‘블랙홀의 연금술사’ 청곡 김시영이 빚어낸 흑자

2014.02.06 / 조선일보 / 흙 구하러 온 산 누비던 父女, 黑磁를 되살리다

2014.02.06 / 한겨레 / 검은 도자기 ‘흑자’ 아시나요

2014.02.07 / 한국경제 / 조선후기 맥 끊긴 흑자기로 해외시장 여는 도예가

2014.02.08 / 헤럴드경제 / ‘흑자(黑磁)’ 명인 김시영…이대,서울대 딸들에게 “멍청해져라” 하는 까닭

2014.02.10 / CNB저널/ 이색현장 – 청곡 김시영의 삶]“흙의 조화는 신이 결정”

2014.02.11 / 경향신문 / 정월대보른에 떠오른 ‘색다른 달’ 黑磁

2014.02 / ARTDAY / 흑유명가 가평요_ 검은 달항아리와 그 이후

2014.02 / NEOLOOK / 흑유명가 가평요_ 검은 달항아리와 그 이후

2013 /머니위크 /”명품로고 등장하는 작품,작품으로 재상산되는 패션”-작품이미지 청자슈즈

2012 2012.1-2 / ART&COLLECTOR / “예술과 슈즈,슈어홀릭의 욕망을 담다.”

2011 2011.1-2 / ART&COLLECTOR / “ART&COLLECTOR-2010Graduate Exhibition’s Propose 22”

2010.6 / 조선일보 / 연금술사,검은도자기와 두딸을 빚다.

곧 하늘을 활보하리

장 루이 쁘와트방 Jean-Louis Poitevin

철학 박사_미술평론가_AICA멤버

 

놀이와 창작 Jeux et Création

김자인은 노는 것을 좋아한다. 작가는 진지하게 속임수 없이 놀이에 임한다. 남들을 자신의 놀이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방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자인은 또한 몽상가이기도 하다. 작가는 어떻게 사람들이 예술적 진실을 믿도록 만드는지, 그 마술적 방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줌으로써 관람자가 스스로를 완전히 잊어버리면서 작품에 빠져들어 그것을 사랑하도록 만든다. 이렇게 김자인은 흔하고 평범한 일상의 것을 아름다움으로 전환시키는 진정한 아티스트이다.

이 놀이를 위해 이미 오래 전 작가는 한 형태를 선택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아했다고 하는 그것은 바로 작가의 숙모님의 하이힐이었다. 당시 작가는 겨우 다섯 살 밖에 되지 않는 어린아이였다. 이후로는 매번 사람들이 선물로 뭐가 좋겠냐고 물어오면 하이힐을 선물해달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은 이윽고 작가의 별칭이 되기에 이르렀다. 독특한 형태를 가졌으며 작가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 중요한 소재는, 작품 속에서 단순한 오브제라기보다는 모티브로서 기능하며 끊임없는 반복과 변형의 고리를 이룬다.

하이힐은 하늘의 무지개 같은 곡선으로 여성들의 다리를 받쳐준다. 그러나 물론 여기서 주목할 것은 ‘여자’도 ‘여자들’도 아니다. 이 도자조형 설치작품에서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어느 한 성(性)이 아닌 ‘인간’ 그 자체이다.

흙 Terre

이 야심차고 결정적인 새롭고 강렬하고 폭발적인 설치작품이 그려내는 것은 바로 사람, 인간이라는 존재이다. 좀 더 정확히는 은유적인 표현을 통해 이 작품이 접근하려는 대상이 바로 그 인간인 것이다.

사실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거기엔 단지 구두가 있을 뿐이다. 작품 속엔 남성의 구두도 매달려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어떤 구두도 예전 김자인 작가의 작품에서와 같은 빨간색이 아니다. 오히려 이 구두들은 모두 어두운 톤을 띄고 있다. 담담히 빛나는 부분에서 미묘한 선을 따라 드러나는 검은 흙빛의 어두움. 그러나 더욱 가까이 다가간다면 그제야 비로소 우리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구두들이 도자조형 작품이라는 것을. 그리하여 이 구두들이 흙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눈치 채고 나면 이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이 오브제의 위상, 이 모티브의 의미, 그 모든 것이 바뀌게 된다.

짝 Paires

무한히 복제되어 늘어나면서 – 이번 작품에서는 100개 이상의 구두가 새장 속에 매달려 있는데, 그 새장들은 격자모양의 거대한 금속 지지대에 걸려있다. 이 지지대는 마치 더욱 커다란 새장의 모습을 은유하고 있는 듯하다. – 여기서 구두는 짝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짝은 같은 신발의 왼 쪽, 오른 쪽 발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작가는 여성의 알레고리를 우선적으로 드러내려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것은 인간을 형상화한다. 한 쌍의 구두보다는 각각의 구두가 우리들 개개인을 표현하고 있다. 모티브로서 구두는 무한히 복제되어 허공에 매달린 새장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이 구두들은 ‘내’가 또 다른 ‘나’에게 부대끼며 존재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작가의 작품 속에서 개별 자아와 다수, 나와 타자, 진실과 환상 사이의 강렬한 관계가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때때로 너무나 다른 조합의 구두들의 조합을 보며 인간사의 복잡함과 욕망의 모순성, 사랑의 방황들을 이해한다.

예술 Art

예술은 항상 세계의 진실에 대한 깊은 사유의 매개체이다.

예술을 한다는 것은, 그저 가만히 있기를 그만두고 사물과 존재의 비밀을 둘러싼 신비로운 마법구슬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또 예술을 한다는 것은, 마치 새장 속의 새가 되어 울고 있는 것 같은 여기 이 구두들처럼 왠지 마음에 거슬리며 아주 아름다운, 전혀 새로운 감동을 보여주는 것이다.

각각의 구두는 그러므로 여기에선 ‘몸’처럼 존재한다. 어떤 전리품이나 짐승의 유해처럼, 노출되고 전시된, 드러난 ‘몸’ 또는 오지 않을 자유를 기다리는 ‘몸’으로서. 그렇지 않은가, 영영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새장 속의 새, ‘우리’는 두려움 속에 있을 때는 더욱 꼼짝을 못하게 된다.

인간을 이해하는 것, 그것은 상징으로서 다룰 소재들을 잡아낼 줄 아는 예술가의 힘이다.

기억 Mémoire

우리 앞에 놓인 이 구두들에 대해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의 기억을 사로잡고 있는 유령들이라고. 신디 셔먼의 [Untitled film stills]무제의 영화 스틸 의 사진들은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관객이 그 사진들을 보고 어떤 영화에서 가져온 것인지 알 것 같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완전히 착각이다. 어떤 사진 이미지도 실제로 어떤 특정 영화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각의 장면은 신디 셔먼 자신이 상상하여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게 그녀의 사진 이미지들은 우리의 집단적 기억에 형태를 부여하고 있다.

김자인 작가도 그런 작업을 지향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 영혼의 작은 음악에 형태를 부여하는 경지에 이른 이 거대한 조형물의 마술이다. 이제 우리는 안다. 각각의 구두는 그녀이고, 나이고, 당신이고, 우리들 모두라는 것을.

성스러운 Numineux

그러나 이 작품 속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비극적이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노래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봐야 한다. 작품의 제목이 우리에게 실마리를 준다: 『Ourselves –100개의 나의 영안실』

이 도자조형 설치작품은 그러므로 멜랑콜릭한 동시에 슬프다. 만약 이 구두들이 새장 속의 새라면 새장은 감옥, 무덤들의 감옥 이다. 만약 각각의 구두가 인간이라면 구두 역시 상징의 단계로 올라간다. 왜냐하면 구두는 우리의 의식이 얼마나 클리셰에 사로 잡혀 있는지를 알려주는 동시에 그것이 다시 생생한 상징이 되기 위해서는 예술과 영혼의 힘이 아낌없이 새롭게 부여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티스트는 오브제를 상징으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 죽음의 숨결을 삶의 호흡으로. 이것이 바로 ‘성스러운’ 것이며 고뇌와 환희가 뒤섞인 이 영혼의 떨림, 그것의 흔들림에 대해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이것이 김자인 작가가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 바람에 날리는 꽃잎이 서로 스치듯, 하늘을 나는 새의 날개가 스치듯, 밤에 사람들의 손이 서로 스치듯 삶과 죽음은 함께 부대낀다. 김자인 작가가 구두를 죄수들처럼 매단 것, 그러나 동시에 새처럼 새장에 가둔 것은 우리에게 삶의 모순을 보여주기 위함일 지도 모른다. 새들은 늘 우리처럼 어서 자유로워지길 희망하므로.

그렇다! 우리는 곧 하늘을 활보할 자유를 기다리는 구두와 같다. 이것이 우리 인간들이 그녀의 ‘성스러운’ 시각에 비치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서는 일단 용기를 내어 구두에 발을 집어넣어야 한다.